[웰빙명소뉴스]

[행코의 제주 탐방7] 김만덕 여사

작성일 : 2020-11-27 07:25

대한민국에는 '감사-존중-나눔'을 생활화 한 인간미 넘치는 선구자들이 적지 않은 미풍양속의 나라이다. 그 가운데 제주도의 대표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거상 김만덕 여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평소 내가 정부부처나 관공서에서 행복인문학 특강을 할 때 행복 코디네이터 모범 사례로 김만덕 여사를 언급하곤 했기에 이번 제주도 교육일정 틈새에 꼭 방문하고자 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만덕 여사의 묘지를 이장하여 만든 납골묘

 

김만덕 여사의 묘가 이장되어 있는 '모충사'를 제주 서귀포시청 생활지원국장으로 공직을 퇴직하고 행복 코디네이터 책임교수가 되어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의 행복 길라잡이로 활동하고 있는, DNA힐링제주센터 센터장 오순금 책임교수의 안내를 받아 부득이 20일(금) 어두운 밤에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지금이야 양성평등시대이기에 여성의 이름이 중앙에서 거론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부터 200여여년 전 정조대왕이 통치하던 조선시대는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하던 시대였다. 더우기 귀양살이를 많이 보냈던 지역인 제주도 출신 여성을 임금이 직접 만나주었다고 한다면, 그 여성이 당시 어떤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었을지 상상이 된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최고 국정기록에 당당히 기록된 여성이 바로 김만덕이다. 그리고 영의정 채제공이 김만덕의 행실을 기념하고자 '만덕전'을 기술하였을 정도니 참 대단한 여성리더이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정조대왕이 김만덕에게 금강산까지 구경하고 한양에서 살 수 있도록 궁궐의 직위도 주었으니 당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성리더였음은 분명하다. 

 

김만덕 여사의 납골묘 

 

김만덕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공유하며 협업할 줄 아는 실천적 리더였다. 정조대왕 통치 19년이던 1795년 제주도에 큰 가뭄으로 곳곳마다 굶어죽은 시신이 쌓이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육지에서 급히 쌀을 보냈으나 바닷길 800리 풍랑에 목선은 종종 좌초하고 제주도민들은 기아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 때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쌀 300석을 사다가 제주도민들에게 무료로 배푼 여성이 바로 김만덕이다. 

 

김만덕은 제주 출신 여성으로 성공한 재벌이었다. 물론 그녀의 일생은 순탄치 않았다. 어려서 모친이 별세함으로 기녀의 수양딸이 되다보니 관청에서는 김만덕을 기녀명부에 적어 버렸다. 스무살에 자신의 사정을 관청에 따졌고 잘 마무리 되어 양민으로 복귀하고나서 그녀는 일평생 처녀로서 중개상의 삶을 시작했다. 김만덕은 육지에서 제주를 오가는 상인들에게 수십년간 숙식을 제공하면서 쌀과 소금 중개상으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혼으로서 평생 모은 재산을 구휼미로 선뜻 내 놓았던 것이다.

 

그녀의 선행을 잘 알고 있는 제주목사가 소원을 묻자, 김만덕은 '한양에 가서 궁궐을 구경하고, 또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구경하고 죽으면 한이 없겠다'고 했다. 그 당시 국법은 탐라의 아낙네가 육지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기에, 정조대왕의 허락을 받은 김만덕은 이 두가지 소원을 다 성취하게 되었다. 정조대왕은 왕비와 함께 김만덕을 만나 격려하고, 식량과 의녀의 직책도 하사하였다.

 

김만덕 여사 묘비 설명문

 

금강산 여행과 한양 일정을 다 마친 김만덕이 한양을 떠나 제주로 내려갈 때 78세의 영의정 채제공을 다시 만났고, 채제공은 눈물로 이별을 고하는 김만덕을 웃음으로 위로하였다. 그러면서 채제공은 "진시왕과 한무제가 언급한 해외의 삼신산(三神山)에는 제주 한라산 즉 영주산과 금강산 즉 봉래산이 해당된다. 너는 한라산과 금강산을 다 구경했으니 삼신산 중 둘을 유람한 것이다. 천하의 수많은 남자들도 못한 구경을 너는 한 것이다. 그런데 왜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는고?"라면서 '만덕전'을 직접 서술하여 주었다.

 

이렇게 육지 여행을 마치고 제주도로 돌아온 김만덕은 15년간 칭송을 받으며 살다가 1812년에 죽었다. 그러나 200여년이나 지난 지금도 김만덕은 살아 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통 고통 중에 있는 이 국난에서도,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일에 각자의 방법대로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현대판 김만덕이다. 200년 전 김만덕 여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하여 머리를 숙였지만, 2020년 11월 이 순간에도 김만덕의 행복나눔 릴레이를 하는 멋진 분들에게 머리를 숙여 본다. "고맙습니다."라면서!

 

훗날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은광연세'(은혜의 빛이 온세상에 퍼진다)

 

 

글 / 뉴스포털1 전국방송취재본부장 김용진 교수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코기자단, 행복 코디네이터, DNA힐링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