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화전놀이
- 조옥성
- 2023-04-21 19: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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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화전놀이
수필가 조옥성
내가 살고 있는 여수는 세계적인 행사인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행사를 하고 있다.
근래에 드문 아주 큰 행사이다 보니 연일 많은 관람객이 여수를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도 하루가 여느 때와는 달리 덩달아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나는 여수를 찾아오는 분께 여수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코스를 안내한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에 돌아오면 배도 고프고 나른하다.
그래서 오는 길에는 꼭 사무실 앞 떡집에 들러 한두 가지의 떡을 사가지고 간식대용으로 먹고 나서 하루 일을 마무리 한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한 두봉지의 떡을 고르는데 오늘은 왠지 다양한 각양각색의 많은 떡들이 진열대에서 나를 반겨 준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했던 꽃떡이다. 얼른 골라 비닐봉지에 담았다.
하도 배가 고파 비닐봉지를 풀어 꽃 떡이 아닌 예전에 즐겨 먹었던 달떡모양의 흰떡인데 그 위에 꽃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 떡을 한참 먹다보니 50년 전 할머니께서 ‘화전놀이’ 후 약주에 얼큰히 취해 얼굴은 빨간 모습 손은 발갛게 물들인 두툼한 손으로 코 묻은 손수건에 화전을 쌓아 가지고 나에게 준다.
난 비위가 약해 못 먹고 그 떡을 받아 다시 어머니에게 드리면 어머니는 그 떡을 드신다.
잠시 그때 그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고 미안하다.
요즘에는 교통이 편리하여 부녀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돌아 다니지만 예전에는 진달래피던 그날만 기다려 그날이 오면 봄핑계 삼아 봄나들이를 갔다.
6~70년대는 지역마다 놀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농사일 시작직전 하루 날을 받아서 경치 좋은 곳을 정해놓고 산이나 들로 나가 ‘화전놀이’를 하며 노래와 춤을 추며 쌓였던 감정과 스트레스를 쏟아 부으며 하루를 보낸다.
나도 해가 바뀌고 봄이 되면 늘 그 곳에 할머니와 함께 갔다.
그날이 되면 할머니와 동네 아낙네는 삼삼오오 모여 예쁘게 화장하고 손 버선, 색색이 수놓은 손수건과 손가방, 알록달록 물들인 하얀 당목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선다.
내가 살던 곳은 산등성이인 ‘묵전’이라는 곳으로 집결한다.
그 곳에 집결하여 점심을 먹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노래를 한다.
그중에 한사람이 장구를 메고 장단을 맞추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장구장단에 맞춰 민요도 부르고 대중가요도 부르며 하루 종일 보낸다.
해질녘이 되면 표독스러운 할머니 때문에 일을 마치고 난 후 마중 나온 핑계 삼아 뒤늦게 어머님도 ‘화전놀이’에 동참한다.
놀기 좋아 하신 어머니는 오자마자 치마를 뒤집어쓰고 별난 동네시어머니들의 흉을 풀어내어 웃음을 자아낸다.
그날만은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의 놀이를 보며 연신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나서 노랫가락 장구장단을 친 어머니의 놀음이 극에 다달아야 ‘화전놀이’의 막은 내린다.
며느리에게는 표독스러웠지만 유독 손주들에게는 자상하시는 할머니 유독 봄을 좋아 하시는 우리할머니 가시는 길도 봄길 따라 가셨다.
그렇지만 내 마음 한 자락엔 아직 고향 어딘가에 계신 것만 같다.
낙엽이 떨어지고 소똥이 굴러가도 웃는 웃음 많은 우리할머니!
봄날에 할머니 고향엔 춤추고 웃고 떠들던 예쁜 아낙네들은 다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는 무성한 잔목들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