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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코문학 소개] 조옥성 수필가의 수필 '고향가는 길'

작성일 : 2023-04-18 13:25

고향가는 길

 

조옥성

 

오늘은 오랜만에 고향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날이다. 나는 평소보다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나 전화 수화기를 들고 일기예보를 들어본다. 내 고향은 여수에서 약 40여 킬로 떨어진 섬이라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하는 기상예보를 듣고 나서 고향 갈 채비를 한다. 오늘의 기상예보를 들어보니 바람은 약간 불고 파도가 높다 하여 간단한 준비물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선표를 사고 있으니까 고향 선배님들이 한두 사람씩 모여 들었다. 배가 떠날 시간이 되어 개찰을 하기에 선표를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맨 먼저 승선해 개구쟁이처럼 배 안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둘러봤다. 객실의 모습은 옛날과는 달리 고속버스나 새마을호 실내 시설 못지않게 꾸며 놓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나는 고향 선배와 자리를 같이하여 지난날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내 고향인 초도 선창에 들어서고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 동네 우체국장을 하면서 향우회 회장 일을 맡으신 선배님과 고향의 짭짤한 갯냄새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늘 행사의 사물놀이 팀과 함께 차를 타고 숲길을 몇 번이고 꼬불꼬불 돌고서야 행사장인 초등학교 운동장 앞에 다다랐다. 행사 시간이 조금 남아 있기에 예전에 내가 철없이 뛰어 놀던 운동장이며 학교 뒤뜰의 자갈길 그리고 공부하던 교실 등 내 어린 시절에 정들었던 것들이 이젠 모두 오래되어 생소한 모습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틈을 타서 나는 옛날 내가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다. 그 넓은 남새밭은 조그마한 텃밭으로 줄어들어 있었고, 내가 살던 집은 빈 집터만 남아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던 깊은 샘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더운 여름에 지겟짐을 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바로 이 샘이다. 우리는 이 샘가에서 등물을 하며 더위를 식히곤 했는데, 샘 속을 들여다보니 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었다.

행사를 시작할 시간이 되어 면민체육대회가 열리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동네 부녀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여기저기에서 구수한 냄새가 마을 가득 풍겨왔다. 이것이 다름 아닌 내 고향의 냄새이고 맛인가 싶었다.

 

시간이 되자 팡파르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면민체육대회이지만 마치 전국체육대회인 듯이 성대하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마을별로 팀을 짠 배구를 비롯하여 마라톤 경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친선체육대회는 열을 내뿜고 있었다. 오전 행사가 끝난 다음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의 학교 옆 사장 터에 오래된 팽나무가 쇠로 된 받침대에 의지하여 서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 우리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으레 이 팽나무 아래에서 친구들과 더위를 식히고 가던 그 나무였다.

   

점심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직접 물질을 해서 만든 다양한 해산물 음식으로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 점심을 먹고 해 질 녘에 부두에 모여 여수 가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동네끼리 풍물놀이가 즉석에서 한판 벌어졌는데, 주로 상쇠만 바꿔가며 나머지는 흥겹게 상쇠의 가락에 맞추어 하나가 되었다. 음력설이 지나면 정월 대보름까지 꽹과리와 징, 그리고 장구 소리의 뒤를 따라 이집 저집으로 돌아다니던 그때가 생각나 참을 수가 없어 그 판에 끼어들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숨 가쁘게 누군가를 부르며 손짓을 하는 양이 아무래도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달려갔더니 수십 년 전 위아래에서 살던 동네 형수님이었다. 

 

“삼촌 이것은 절대 다른 사람 주지 말고, 집에 가져가서 애기 엄마랑 같이 먹어.” 하며 나한테 검정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집에 도착하여 풀어 보니 고향냄새가 물씬 풍기는 냉동전복과 미역 그리고 토독 토독 씹는 맛이 정겨운 톳이었다. 어린 시절 나를 길러 준 갯마을의 이 해산물들을 앞에 놓고 보니 문득 콧등이 시큰해 올랐다. 이래서 고향인가 싶었다. 나는 어릴 적 우리들의 손때가 묻은 정과 구수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면서 잠시 눈을 감는다. 고향 가는 길은 언제나 포근한 정을 안겨주는 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2023년 5월 9일은 부모님과 고향을 생각하면서 내가 나고 자란 고향 산천의 공기를 마시고 돌아 와야겠다.

 


 

 

 

<수필가 소개>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행코문학회 수필가로 등단한 조옥성 박사는 협회 산하기관인 한국강사총연합회 대표회장, 전남권 행코교수단 회장으로서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유튜브 '조옥성tv'와 '남해안신문' '한국기자뉴스'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여수시체육회 사무총장 출신으로서 현재 여수시의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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